사랑스러운 세일의 정체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반기별로 볼 수 있는 30% 세일, 40% 세일 심지어는 70% 세일을 내걸고 상품을 판매합니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기다렸던 세일입니다!

그런데 세일 상품의 가격표에는 할인된 가격만 붙여두는 것이 아니라, 위에는 이전에 판매되었던 금액이고 할인된 금액이 적힌 스티커를 그 아래에 붙여 둡니다. 왜 그렇게 할까요?

이토록 사랑스러운 세일의 정체에 대해 무조건 이해하기 쉽게 확인해 보겠습니다.

 

 

닻 내림 효과

특정 소비자 계층은 가격이 비싸져도 수요량을 줄이지 않고 가격이 싸져도 수요량이 증가하지 않는 소비 성향을 가집니다.

반면에 가격이 싸지면 수요량이 많이 늘어나는 계층이 있는데 세일할 때만 물건을 구매한다던가, 낮은 가격대에 민감하여 불필요한데도 싼 가격에 산다는 위안으로 충동 소비를 하는 계층입니다.

 

새 옷을 꼭 사야 하는 소비자는 높은 가격의 돈을 내고 새 옷을 삽니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흐르면 옷 가격은 반 가격으로 세일해서 판매합니다.

세일한 물건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옷을 사도록 유도하는 가격 차별화 전략입니다. 

 

80% 할인된 옷을 많이 사는 사람들의 판단 근거는 무엇일까요?

소비자들이 "그 옷의 가격은 원래 40만 원짜리야"라고 그 옷의 가치를 이미 높게 설정하도록 장치해 두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닻 내림 효과라고 합니다.

 

처음 생각하면서 기준으로 삼았던 근거가 되는 금액에 따라  사람들의 판단이 달라집니다.

 

보트의 닻을 내린 곳

빨리 계산 문제를 두 번 풀어야 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주어진 시간은 문제당 3초이니 정확한 계산은 어렵습니다.

그러니 참가자들은 대충 어림짐작해야 합니다.

첫 번째 질문은 1 x 2 x 3 x 4 x 5 x 6 x 7 x 8의 정답은?

다음 질문은 8 x 7 x 6 x 5 x 4 x 3 x 2 x 1의 정답은?

 

심리학자 에이머스 트베르 스키와 대니얼 카너먼의 실험에서 수열을 따로 보여 주었습니다.

한 집단은 커지는 수열을 보고 500이라 답을 내놓고 작아지는 수열에서는 2,200이라고 답을 했습니다.

 

정답은 둘 다 똑같은 40,320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요?

첫 번째 질문은 작은 숫자가 앞에 있습니다. 시간이 촉박해서 뒤까지 계산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뇌는 쉽게 불러내는 정보를 신뢰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이 어림짐작한 답은 큰 수로 시작하는 두 번째 문제의 답보다 작습니다.

이 현상을 "닻 내림 효과"라고 합니다.

 

배는 바다에서 한 곳에 멈출 때 닻을 내려 배를 고정합니다.

닻을 내리고 나면 닻줄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만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뇌도 닻이 처음 내려진 위치, 그 기준점이 그 이후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 닻 내림 효과는 부동산에서는 절대적인 기준이 됩니다.

아파트 시세를 어떻게 판단할까요?

그건 주변 아파트 시세가 닻이 되고 그 닻 기준으로 신축이냐, 방이 몇 개냐, 지하철에서 얼마나 떨어졌느냐 등의 부가 정보로 세부적인 가격의 조정이 있습니다.

 

상점에서 왜 세일 전의 가격이 그대로 있어야 닻 내림 효과를 극대화하여 장사를 할 수 있습니다.

원래 40만 원을 소비자의 뇌에 기준점으로 각인시켜 닻을 내리게 하는 전략입니다.

 

가격표를 본 소비자는 40만 원보다 훨씬 할인된 가격의 옷을 싸다고 판단하고 옷을 사게 됩니다. 

40만 원 옷을 70% 세일한다면 12만 원으로 옷을 사게 됩니다.

12만 원짜리 옷을 산다고 생각하지 않고 40만 원짜리 옷을 12만 원에 산다고 생각합니다.

28만 원이나 싸게 샀다고 생각합니다.

 

똑같은 옷에 12만 원의 가격표를 붙여서 판매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실제로 40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할인이라는 가격표를 붙여서 판매량과 비교해 보면 세일된 가격표를 붙였을 때가 판매량이 더 높다고 합니다.

 

가격이 같음에도 추가된 문구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이 달라집니다.

세일은 사람들이 쉽게 범하고 있는 휴리스틱 오류인 닻 내림 효과를 이용하는 마케팅 전략입니다.